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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부르는 유통업계 '포장 혁명' _ 조선일보 2014년 8월 28일자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4-08-22 (금) 09:05 조회 : 1417

조선일보 2014년 8월 28일
사골 육수 보랭제… 과일 포장용 숨 쉬는 필름… 비닐팩에 담은 소주… 대박 부르는 유통업계 '포장 혁명'

제품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부가가치 높이는게 중요해져
패키징 산업 규모 올해 38조원… 5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어나

 

20일 경기도 광주의 이마트 미트센터에선 정육 제품 포장 작업이 한창이다. 고기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를 두 겹 특수 필름으로 감싼 뒤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8대2로 조합한 가스를 주입하는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방식이다. 박준홍 미트센터장은 "산소가 고기의 선도(鮮度)를 유지하고 이산화탄소는 세균 발생을 억제해 최장 15일까지 최적 조건을 지속시킨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정육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 시즌을 겨냥해 횡성 한우와 한우 갈비 세트 안에 넣는 인공 보랭제(保冷劑) 10만개를 냉동 사골 육수 팩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아이스팩 대신 800g짜리 횡성 한우 진한 국물 곰탕 2개를 넣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처음 하는 시도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추석 선물용 한우 선물세트에 보랭제 대신 꽁꽁 얼린 사골 국물 팩을 넣으며 포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추석 선물용 한우 선물세트에 보랭제 대신 꽁꽁 얼린 사골 국물 팩을 넣으며 포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소비자들은 돈 주고 사야 하는 곰탕 국물을 공짜로 얻을 수 있고, 이마트 입장에서도 보랭제 비용을 아끼며 재고가 쌓인 사골과 우족을 처리할 수 있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김윤섭 이마트 부장은 "내년부터는 모든 한우 선물 세트에 냉동 육수 팩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벌이는 차별화 전략의 핵심은 '포장 혁신'에 있다.

5년 만에 10조원 시장 팽창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유통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패키징 산업 규모는 2009년 28조8000억원에서 올해는 38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술을 활용한 포장재 개발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인 보스팩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기능성 포장 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실리카겔 같은 방습제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게 만든 제품이다. 조미 김이나 건어물 등 식품뿐만 아니라 반도체나 전자제품 등 방습·제습이 필수적인 제품 포장에 적용될 수 있는 소재다.

대륭포장산업은 채소나 과일 등 농산물이 호흡하기 적당한 산소 투과도를 가진 '숨 쉬는 필름'을 개발했다. 레이저로 표면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농산물에서 나오는 가스를 배출하는 기능성 포장재다. 커피 전문 업체 스타벅스는 '플레이버 로크(Flavor Lock)'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다. 원두(原豆)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가스는 빠져나가지만 원두 자체의 향은 보존하는 특허 기술이다.

'발상의 전환' 히트 상품들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포장 방식을 도입해 히트를 친 제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롯데주류가 지난 6월 출시한 '처음처럼 순한 쿨'은 소주병 대신 주머니 모양의 플라스틱 봉지에 담은 제품이다. 살짝 얼려서 차갑게 마시는 '슬러시 소주'라는 소문을 타고 한 달에 20만개 가까이 팔려나갔다.

작년 말 연어 캔 시장에 진출한 사조해표는 말랑말랑한 알루미늄 포일을 가볍게 벗겨내는 '안심 따개' 방식을 적용해 4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강철 뚜껑으로 만든 원 터치 캔을 딸 때마다 손가락을 베일까 걱정하던 주부들의 마음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산업부가 선정한 포장 용기 우수 사례에도 올랐다.

대상 청정원의 국물 내기 티백(tea-bag)은 멸치와 다시마 등 재료를 직사각형 티백에 넣은 제품이다. 국물을 우려낸 뒤 재료를 일일이 건져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 특허를 받았다.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인 제품도 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 포장 상자에 사용되던 PET 필름을 100% 옥수수 생분해성 필름으로 바꿨다.

김재능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는 "포장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이라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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